무수히 전하길 걷기(2)
- 하천과 계곡, 숲이 어우러진 황금 볏 길을 걷는다 -
지난 1일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무수히 전하길을 걸었다. ‘무수히 전하길’은 무수골 입구에서 영해군 파 묘역을 지나 무수골 공원 지킴 터, 자현암까지 올라가는 산길이다. 순환 코스로 왕복 3.2km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농촌 마을이라 불리는 무수골, ‘근심(愁)이 없는(無) 마을’이라는 뜻으로 세종이 생전에 아들의 묘에 왔다가 원 터 약수터의 물을 마시고 물 좋고 풍광 좋은 이곳은 아무런 근심이 없는 곳이라 하였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도심 가까운 곳에 있는 숲이 좋은 길로 가볍게 걸으면서 전원이 아름다운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구간이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문화 유적지도 둘러볼 수 있고, 도봉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숲이 풍부한 곳이다. 그린벨트에 묶여 도시화 바람에 손상되지 않고 옛 풍광을 보전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도봉역 1번 출구(지하철 밑 통로)로 나가 도로 건너 도봉천으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하천을 따라 걷는다. 무수천(無愁川)은 도봉산에서 발원하여 도봉천으로 합쳐지는 하천이다. 복개된 구간이 없이 흐르는데 3.1km의 구간이다.

하천에는 양옆으로 붉은색으로 포장된 길이 길게 뻗어 있고 하천 안쪽으로 댑싸리가 우거져 있다. 물은 예상외로 맑았다. 피라미가 무리 지어 오르내리고 다슬기가 있다고 하는데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넓은 바위 위로 물이 반짝이며 흐른다. 하천 상류 쪽 주변은 콘크리트 등으로 제방 공사를 한 흔적이 역력하다.
역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하천의 끝 지점에 무수골 농장이 있다. 텃밭과 다랑논이 펼쳐져 있는 뒤로 도봉산의 바위 봉우리와 능선이 보인다. 삼삼오오 정해진 밭에서 작물을 돌보고 있는 모습이 참 좋다.

주말농장 옆으로 있었던 퍼걸러가 없어지고 뒤쪽으로 무수아취 캠핑장(3시간 대여, 바비큐 천막 식당)이 10월 1일 개장하여 영업 중이다. 하천 쪽 넓은 바위 위에 둘러앉아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도 정겨운 풍경이다.
북한산 둘레길 제18구간 도봉 옛길 기점인 세일 교를 가로질러 성신여자대학교 체육시설 용지를 지나 자현암 방향으로 계속 간다. 각종 새소리를 들으며 성신여대 난향별 원 옆으로 상설 전시된 사진을 보며 올라가면 위 무수골에 도심에서 보기 힘든 벼가 자라는 논이 있다. 일명 무지개 논이다.
황금빛 논에 흑미, 홍미, 찹쌀과 멥쌀도 볼 수 있다. 북한산 자락에 남아 있는 유일한 농경지다. 봄에는 어린 모, 여름에는 파릇파릇 자라는 벼, 가을에는 황금물결, 겨울에는 눈 위에 찍힌 고라니 발자국을 연상할 수 있는 오랜 고향의 모습이다.

게다가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제법 나이를 먹은 고목들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서 풍경이 참 아늑하고 한적하다. 무수골이 워낙 물 좋고 풍광 좋은 명당이라는 것은 이미 조선 시대 때부터 알아본 것 같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오른다.
탐사대는 잠시 본 길에서 100m를 빠져나가 영해군 파 묘역을 찾았다. 세종의 아홉째 아들 영해군(寧海君) 이 당(李瑭, 1435~1477)과 그의 장인, 후손들이 묻혀있는 전주이씨 영해군 파 묘역(서울 유형문화재 제106호)이다. 영해군은 세종과 후궁 신빈김씨(愼嬪金氏) 사이에서 태어났다.

되돌아 나오면 무수골 느티나무 보호수(서 10-3호, 1981. 10. 27.)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높이 22m, 둘레 3.7m, 나무 갓 너비 23.6m에 이른다. 느티나무 보호수는 수령이 약 245년이 되었으며 무수골의 당산나무와 정자나무 구실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호수 아래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평상처럼 놓여 있어 잠깐 쉬어가기 딱 좋다.

꽃길을 지나 양쪽으로 펜스가 처져 있는 숲길을 걷는다. 숲속으로 더 깊게 들어갈수록 계곡의 물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진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창한 숲 사이로 난 호젓한 산길이 시작된다.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으며 가다 보면 성신여대 난향 원 간판이 보인다. 자연의 숨결을 폐부로 느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가 있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 150m만 가면 자현암이 있다. 자현암(慈賢菴)은 승려 혜향이 1943년에 폐허였던 절터를 재건, 1991년 새로 지은 비구니 사찰이다. 무수골에서 원통사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요사채,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등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김혜향의 공로비도 있다.
순환 코스이기에 자현암에서 바로 뒤돌아 하산하기 시작했다. 일단 시간이 예정 보다 일러 주말농장까지 내려가 하천 암반에서 점심을 먹고 도봉역에서 종료했다. 걸은 거리는 6.5km, 점심시간 포함하여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김기준 http://blog.daum.net/peacegood
'등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천 만수산 무장애 나눔 길 걷기 (0) | 2022.10.16 |
|---|